2019년 12월 8일
성당에 갔다가 오는 길에 죽은 쇠박새가 있었다.
길고양이들한테 당한 건가,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외상(?)이 없이 고운 모습.
얼마 전, 성지순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로드킬 당한 동물(고양이로 추정되는)의 사체에 까마귀 떼가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광경을 보면서
"주검이 있는 곳에 독수리들이 모여든다."(마태 24,28)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진짜 성경 말씀 그대로네'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몸집이 커다란 까마귀가 시체를 파먹느라 새카맣게 모여든 모습을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생각해 보면 까마귀들은 배가 고파 먹었을 뿐일 텐데.
고양이의 주검은 까마귀가 먹고, 고양이는 작은 새를 공격하고,
그런가 하면 언젠가는 까치가 햇볕마당까지 내려와 갓 낳은 새끼 고양이를 물어죽이기도 했다.
동물의 세계에서야 그렇게 잡아먹기도 하고 먹히기도 하는 것이 정상적인 먹이사슬이지만,
지나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주검들을 보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오늘 죽은 쇠박새를 묻어줄 수는 없지만
옆에 떨어져 있는 낙엽으로 들어올려 사람들에게 밟히지 않을 만한 곳으로 옮겨주었다.
땅을 살짝 파고 낙엽 두 닢 덮고 큰 돌맹이로 눌러 놓았으니, 고인돌 양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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