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7일 목요일
지는 해가 뒤에서 비치는 시간,
운전하는 내 차의 그림자가 앞으로 길게 먼저 가고,
백밀러를 잘못 쳐다보다가는 눈이 멀 것 같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 옆 풍경,
꽃도 지고 만지면 부서질 것처럼 말라가는
내 피부의 각질 같은 늙은 나뭇잎들의 처량한 흔들림.
그런데, 순간 그 나무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기쁨에 겨워 온몸을 떠는 모습을 보았다.
오늘의 해는 그냥 지지 않았다.
지는 해는 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봐주고 가서
그들의 중년을 아름답고 찬란하게 만들어 주었음을...
피어나는 새싹에게는 떠오르는 해가,
저 잘난 줄만 알듯 하늘로 뻗어가는 신록의 여름에는
힘차게 천지를 밝히는 건장한 해가,
이제 시들어 떠나야 하는 나뭇잎에게는
지고, 사라지고,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는 해가,
그렇게 때마다 어울리는 은총을 주시는구나.
'일꾼살이 > 궁시렁궁시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쇠박새의 무덤은 고인돌로 (0) | 2019.12.08 |
---|---|
생태적 회심을 위한 생활수칙, 부엌살림 수칙 (0) | 2019.11.24 |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A Man of His Word]를 보고 (0) | 2019.11.24 |
이제부터 성찰의 기준은 (0) | 2019.11.19 |
새 친구 따릉이 (0) | 2019.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