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일 토요일
며칠 전 인터넷 뉴스에 '수녀의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되었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을 보다 보면 부모로서, 교사로서, 신앙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복합적으로 올라온다. 아동학대가 사실 가정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언론에는 가정이나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이 유난히 부각되어 보도된다. 그럴 때면 영원한 '을'이 된 어린이집 교사로서 자괴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정말 '뚜껑이 열릴 만큼' 속을 확 뒤집어 놓는 아이들을 볼 때면 CCTV고 뭐고 상관없이 엉덩이 한 번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 버릇이 고쳐진다면 나 역시 그럴지 모르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지, '아, 정말 밉다,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 때면 내 안에 '내재된 폭력성'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아동학대 사건이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것을 행한 사람이 '수녀'였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을 다 사랑하겠다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더욱더 섬기겠다고 공식적으로 약속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떤 신자들은 수도복을 입은 이들을 거의 '천사급'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요즘 수도자나 사제와 관련된 사건이 자주 보도되는 것 같다. 입양 간 아이를 학대하여 숨지게 한 모 입양원 사건도 그렇고, 수녀회가 운영하는 맹학교에서 죽어간 아이에 대한 기사도 있었다. 대구교구 희망원 사태는 물론, 인천 성모병원 사태, 천진암 불법증축, 사기와 횡령 등으로 고소당한 어느 전직 사제 등. 어디 그것뿐이랴. 며칠 전 보도된 50대 사제가 20대 교우를 성추행한 사건은 괜한 나까지 얼굴이 붉어지게 만드는, 교회의 추한 이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보도들을 접하면서, 이것은 어느 수녀 하나, 또는 어느 교구와 수녀회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제 수도자들의 전반적인 회개와 성찰을 촉구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가 아닌가 싶다. 사제들도, 수도자들도 하나의 흠많고 죄 짓는 인간에 불과하고, 교구나 수도회도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하나의 '사회적 집단'이지만, 신자들이 그들을 존경하고 대접해 주는 것은 그들이 적어도 끊임없이 수행하고 노력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 족히 존경받고 대접받아도 마땅할 만큼 가난하고, 정의롭고, 성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가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졌을 때, 공동육아 교사대회에서 이에 대한 집단적 성찰을 했던 적이 있다. 내면을 들여다보자면, '어쩌면 교사가 그럴 수 있지?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내면에 있는 폭력성은 밖으로 드러난 폭력성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는 것은 환경과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사제나 수도자들도 이번 기회를 '집단적 성찰'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이 폭력성이든, 성욕이든, 돈과 재물에 대한 탐욕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어두운 본질이고, 사제나 수도자들은 어쩌면 그런 욕구를 극복하기에 더욱 어려운 사람들일 수도 있다. 존경한다, 잘한다, 하는 말은 즐겨 들을지언정, '쓴소리'는 들을 기회가 적을 것이므로.
이런 내면의 어두운 본질을 알아채고 다스려 가야 하는 것이 '제자살이'라면,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 것은 성령께서 우리를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려는 또 하나의 도전이자 은총의 기회라고 느껴진다. 이것이 비단 사제와 수도자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기에. 하물며 사제와 수도자들이 그렇거늘, 세상 속에서 늘 허우적대고 사는 나도 별반 다르지 않겠기에 말이다.
오늘 아침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몇몇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며칠 늦어지기는 했으나, 이번 아동학대 사건을 일으킨 수녀가 소속된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총장수녀가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냈다.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본인도, 또 그가 속한 집단의 수장도. 그래야 그 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치유가 시작된다. '우리와는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사제와 수도자들을 존경하고 대접해 온 '착한 신자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진다. 교회의 공식방송(?)을 자처하는 평화방송이나 평화신문, 가톨릭신문 등에 이런 일은 어떻게 보도가 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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