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꿩 대신 절두산!

종이-배 2016. 2. 19. 07:13

2016년 2월 18일 목요일

 

 

올해 첫 중부회의.

기차 도착시간과 회의 시간이 애매하게 되어, 회의시간까지 약 40분 가량이 남았다.

처음에는 일찍 도착하면 까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이나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가져간 책을 기차 안에서 1시간 반 동안에 다 읽어 버렸다.

신부님이 쓰신 산티아고 순례기라서 공감할 내용이 더 많지 않겠나, 기대하기도 했던 책이고

사진도 많아서 책장도 쉽게 넘어갔다.

그런데 결론은 저자의 마음과 경험이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덜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저자의 삶의 경험이나 신분이 나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어쨌든 그래도 순례의 한 걸음에 동행한듯, 마음은 한결 맑아졌다.

그리고 퍼뜩, 절두산 성지가 떠올랐다.

서둘러 걸어가면 성지를 한 바퀴 돌고 오기에 40분이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고.

가만히 생각하니 절두산 성지에 갔던 것이 참 오래 되었구나, 싶다.

그 옆에 있는 마리스타 수도원도,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에 갔던 게 마지막이니

벌써 십 년이 훌쩍 지난 거다.

찾아가다 보니, 동네가 많이 바뀌기도 했다.

성당은 마침 '자비의 문'을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한강을 내려다보고 잠깐 성지 내부를 돌아보는 데는 아쉬움이 없었다.

성지 미사가 봉헌되고 있어서 성지 안에는 청소하시는 분 외에는 아무도 없고,

여기저기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던 절두산.

꿩 대신 닭이라고, 산티아고 대신 절두산이었지만

오늘의 짧은 순례는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깜짝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