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9일
성서 묵상을 할 때면
성서에 나오는 인물들에 나를 대입하면서
그래 이것도 나다, 그래 저것도 내 모습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 중에 가장 오랫동안, 가장 깊게 나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 우물가에 물을 길러 나온 사마리아 여인이다.
자신의 과거가 부끄럽고 남의 눈이 무서워서 인적이 드문 틈에 물을 길러 나온 여인,
자신이 아는 쥐꼬리만한 지식으로 진리에 방어하려는 태도,
'남편이 여럿이었고 지금 사는 남편도 네 남편이 아니라'는 주님의 말씀은
내가 그동안 쭉 갈구하고 찾아온 목마름이
주님이 주시는 생명수를 마시기 전에는 결코 해갈되지 않을 거라는,
나이 오십이 된 지금까지도 내내 '아직도 찾아다니기만 하는' 그 여정을 빗대어 말씀하시는 것처럼 느껴져서다.
그런가 하면,
살면서 놓치지 않으려는 두 가지 말씀이 있다.
그 하나는, '고통은, 아니 그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이다.
견디고 버티면 결국 지나갈 거라는,
지나가지 않고 거쳐야 하는 고통은 죽음밖에 없다는,
그리고 그것은 거쳐야 한다면 그 끝에는 주님이 계셔서 나를 받아주실 거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필요한 것은 한 가지'라는 것이다.
몇 해전엔가,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뭐?"라는 광고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사실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아니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일대일, 유일한 그 하나, 그 한 순간, 하나의 해야 할 일, 중요한 것 하나만을 챙긴다면
사실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계산하고, 찾고 있었기 때문에
가장 본질적인 하나 안에 머물지 못하고 있었던 거다.
최근, 어떤 계기로 그 말씀을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정말 경이롭고 경탄하는 마음에 무릎을 탁 쳤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영성의 주파수가 통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하고 또 복되고 신비로운 일인지...
그로 인해 봇물 터지듯, 내 안의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좋고 또 좋은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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