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더불어 살기/밑줄 긋기

다르면 다를수록

종이-배 2018. 1. 7. 16:28

2018년 1월 7일

 

[다르면 다를수록] 최재천 / arte / 2017. 11. 3 초판

 

생태학자이고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책.

저자 이름과 제목에 끌려 사서, 이틀만에 다 읽었다.

자연과 동물 행동에 대해 알지 못했던 재미난 사실들도 있었고,

마지막에는 우리말에 대한 사랑까지 느껴졌다.

칼럼을 모은 것이라 쉽게 읽히기는 하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집중하지 못하고 읽었다.

내가 너무 휘리릭 읽어제낀 듯싶다.

 

 

- 창의성의 꽃은 혼돈의 풀밭에서 피어난다. 다양성이 창의성을 낳는다. / 5

 

- 자연은 순수를 혐오하고 다름을 추구한다. / 6

 

- 다름이 공존을 허용한다.

다르면 다를수록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특별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 7

 

- 삶을 개체의 수준에서 바라보면 누구나 한계적 생명을 지니지만 유전자의 눈으로 다시 보면 생명은 영속적인 것이다. / 32

 

- 생명이란 참으로 우연한 것이다. 한 생명에서 다음 생명으로 이어지는 선은 더할 수 없이 가늘지만 또 질기기도 하다. / 34

 

- 나는 늘 삶과 죽음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생물이 탄생하는 것도 결국은 유전자가 더 많은 유전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기계를 제작하는 과정이고, 우리가 그토록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는 죽음도 유전자가 더 이상 기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여 폐기 처분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 35

 

- 생물과 생물 간의 관계는 서로가 얻는 손익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개미와 진딧물, 그리고 꽃과 벌 사이처럼 양측이 모두 이득을 얻는 관계를 공생이라 부른다. 공생을 좀 더 세분하면 한쪽은 이득을 보지만 다른 쪽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관례를 편리공생이라 하며, 양측이 공히 이득을 취하는 관계를 상리공생이라고 한다. 한쪽은 손해를 보는 대신 다른 쪽에는 이익이 되는 관계로는 포식과 기생이 있다. 남을 잡아먹고 사는 동물이나 남에게 빌붙어 사는 생물들이 만드는 관계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랑이와 모기는 비슷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양측이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관계는 말할 나위 없이 경쟁이다. 그런가 하면 나도 손해를 보지만 남의 손해가 내 것보다 크기만 할 때 성립하는 관계는 악의(spite)에 의한 관계인데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자연게에서는 마땅한 예를 찾기 어렵다. ... 악의에 의한 관계는 자연계의 그 어느 곳에도 발을 붙이지 못했다. 인간 사회를 제외하고. / 36~37

 

- 생물은 그 어느 누구도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늘 다른 생물들과 함께 진화한다. / 51

 

- 알아야 사랑한다. 어설프게 알기 때문에 서로 오해하고 미워한다. 상대를 완전하게 알고 이해하면 반드시 사랑하게 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일단 사랑하게 되면 그를 해치는 일이란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 89

 

- 진화학적으로 보면 자기 번식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큰 희생은 없다. 생물이 무생물과 다른 근본적인 차이점이 자기 증식일진대, 자기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지 못한다는 것은 진화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실상 죽음과 다를 바가 없다. / 96

 

- 침팬지의 엄지는 인간의 엄지와 달라 나머지 네 손가락들과 마주 보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이 비틀어질 때 다른 손가락들과 마주 보게 된 사건은 인류 진화사에서 엄청난 혁명이었다. / 113

 

-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인간소모사회'이다. / 189

 

- 근대화의 급물살 속에 우리 사회는 어느새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동안 써먹다가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고 새로 만들어 쓰는 '부품 사회'가 돼 버렸다. / 190

 

- 인간을 비롯한 젖먹이동물이나 새들은 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속 난로에 항상 불을 지피고 있는 데 반해 뱀들은 주변 온도에 체온을 어느 정도 내맡기고 산다. 그러다 체온이 너무 내려간다 싶으면 따뜻한 곳으로 옮겨 앉을 뿐이다. 냉혈동물이 아니라 변온동물이라 불러야 옳다.

스스로 세워 놓은 높은 생활 수준에 맞추려 밤낮없이 땔감을 버는 동물이 인간이라면 없으면 없는 대로 조금 덜 먹고 덜 쓰는 동물이 바로 뱀이다. ... 뱀은 느림과 절제의 미학을 일찍부터 깨달은 동물이다. / 192

 

- "곧기는 뱀의 창자다"라는 우리 옛 속담이 있다. ... 겉으로 보기에 꾸불텅한 뱀이지만 곧은 듯 보이는 몸속에 실제로는 꼬불꼬불 뒤엉킨 창자를 숨기고 사는 우리보다 훨씬 더 곧은 창자를 가지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사회윤리도 결국 불신에서 싹이 튼 것이다. 겉보다는 속 창자가 곧아지는 뱀을 닮길 바라는 바다.

개인적으로 나는 뱀이 내 귀나 핥아 주길 기원한다. 인류 최초의 예언자 멜람포스가 어느 날 나무 밑에서 낮잠을 자다 뱀이 귀를 핥자 홀연 온갖 동물들이 저희끼리 나누는 말들을 알아듣게 되었다 한다. 동물행동학자가 그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 195

 

- 언어의 소멸이란 생물의 멸종과 그 과정이 매우 흡사하며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생물 다양성이 특별히 높은 열대지방에 다양한 언어들이 발달했고 생물다양성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지역들에서 언어 다양성도 가장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가 필요한 대상이 많으면 많을수록 언어가 더 풍부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