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사순절에는 언제나 이랬다

종이-배 2014. 3. 30. 10:35

2014년 3월 30일 장미주일

 

생각해 보니 사순절에는 언제나 이랬다.

 

40일을 못 했으면, 성주간만이라도,

성주간 동안 못 살았으면, 성삼일만이라도,

성삼일 동안 못 살았으면, 성금요일만이라도,

성금요일 동안 잊었으면, 오후 세 시만이라도,

오후 세 시에도 잊고 지냈으면....

흠... 어쩌지... 뭐 할 수 없지... 그럼 내년에 다시...

 

의인이 백 명이 아니면, 오십 명이라도,

오십 명이 아니면 열 명이라도,

열 명이 아니면 한 명이 있더라도 구원해 달라던,

뭐 이런 식으로 하느님과 거래를 했던 성서 내용이 떠오른다.

 

아니, 이것은 어쩌면 '거래'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너무도 약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또 다른 모양의 기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가느다란 희망의 끈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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