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고해를 합니다.

종이-배 2012. 12. 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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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께 고해합니다.

고해한 지 벌써 수 개월이 됩니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세요.

당신은 제게 시간을 주시고 생명을 주셨는데

저 스스로 만들어 갈 삶을 주셨는데

제 하루하루의 삶 안에서 당신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당신은 제 기도를 기다리셨으나

저는 당신께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제 마음을 원하셨으나

저는 당신께 제 마음을 드리지 않았고,

인간적인 욕망만을 채워 왔습니다.

당신은 제가 진리를 찾아 살도록

저를 교회로 부르셨고

당신을 더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제게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주셨으나

저는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고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이웃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성사 안에 계시겠다고 하신 당신의 말씀을 수천번도 더 의심하였고

말씀 안에 살아계신 당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지도 않았습니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세요.

당신은 그토록 제게 겸손하라 하셨으나

제 교만은 하늘을 찌르고

그것은 칼이 되어 이웃의 가슴도 찔러댔습니다.

당신은 그토록 제게 가난하라 하셨으나

소유하고 싶은 제 욕망은

물질을 넘어서 사람의 마음까지도 훔쳐와야 직성이 풀리곤 했습니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회개하고 당신께 돌아갈 수 있도록

이 글이 그 첫걸음이게 도와주세요.

혹여, 이 글을 보게 될지도 모를 교회의 어느 사제가

두려움으로 고해소에 무릎꿇지도 못하는 저를 가엾게 여겨

이 글을 읽은 후에 사죄경 한 번 바쳐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니, 당신의 은총으로

제가 고해소 안에 무릎꿇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교회 안에서 당신이 저를 용서하셨음을 제가 깨달을 수 있도록

저를 다시 당신 품으로,

교회의 품으로 받아들여 주시고, 저를 안아주십시오.

이제로부터 당신을 다시 저의 주님, 저희 하느님으로

온전히 사랑하며 마음에서 놓지 않도록 저를 이끌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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