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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당신께 고해합니다.
고해한 지 벌써 수 개월이 됩니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세요.
당신은 제게 시간을 주시고 생명을 주셨는데
저 스스로 만들어 갈 삶을 주셨는데
제 하루하루의 삶 안에서 당신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당신은 제 기도를 기다리셨으나
저는 당신께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제 마음을 원하셨으나
저는 당신께 제 마음을 드리지 않았고,
인간적인 욕망만을 채워 왔습니다.
당신은 제가 진리를 찾아 살도록
저를 교회로 부르셨고
당신을 더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제게 가족과 친구와 이웃을 주셨으나
저는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고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 이웃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성사 안에 계시겠다고 하신 당신의 말씀을 수천번도 더 의심하였고
말씀 안에 살아계신 당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지도 않았습니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세요.
당신은 그토록 제게 겸손하라 하셨으나
제 교만은 하늘을 찌르고
그것은 칼이 되어 이웃의 가슴도 찔러댔습니다.
당신은 그토록 제게 가난하라 하셨으나
소유하고 싶은 제 욕망은
물질을 넘어서 사람의 마음까지도 훔쳐와야 직성이 풀리곤 했습니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회개하고 당신께 돌아갈 수 있도록
이 글이 그 첫걸음이게 도와주세요.
혹여, 이 글을 보게 될지도 모를 교회의 어느 사제가
두려움으로 고해소에 무릎꿇지도 못하는 저를 가엾게 여겨
이 글을 읽은 후에 사죄경 한 번 바쳐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니, 당신의 은총으로
제가 고해소 안에 무릎꿇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교회 안에서 당신이 저를 용서하셨음을 제가 깨달을 수 있도록
저를 다시 당신 품으로,
교회의 품으로 받아들여 주시고, 저를 안아주십시오.
이제로부터 당신을 다시 저의 주님, 저희 하느님으로
온전히 사랑하며 마음에서 놓지 않도록 저를 이끌어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