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하느님이 우리말을 하시다

종이-배 2012. 11. 13. 08:48

오래전, 아마 이삼십년 전쯤이었던가,

교회 슬로건인지 <성서와 함께> 잡지 슬로건인지 모르겠으나

'하느님이 우리말을 하시다'라는 표어(?)가 눈에 띄었던 생각이 난다.

 

요즘 월요일마다 김희동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는 통전교육.

김희동 선생님의 견해를 간단히 축약하기는 어렵지만 나한테는 대충 다음과 같이 정리되고 있다.

'말'이란 인간의 약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말(소리/말씀)'을 인간이 발견하고(알아듣고/찾아내고/연결하고),

그것을 뛰어난 음운학자이자 수리학자인 세종이 우리 글자로 결합시켜 냈다는 것이 요점이다.

그래서 우리말에는 말마다, 글자마다 어떤 결이 있고, 기운이 있고, 에너지가 있다는 것,

또한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우리가 알아듣건 못알아듣건 자기만의 '소리'를 내고 있으며,

그 소리를 볼 줄 아는 것이 바로 관음보살에 이르는 것....

이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를 그야말로 통전적으로 하셨고

선생님의 강의에 때로는 동의하며, 때로는 놀라며, 때로는 의아해하며

그 내용을 생각하고 공부하는 중이다.

 

어떻든 놀라운 것은,

전혀 다른 분야의 공부를 뜬금없이 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 내용을 다분히 성서적으로 귀여겨듣고/ 알아듣고/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태초에 말씀으로 계신 하느님은 지금도 우리말을 하시고,

나아가 우리 글 안에도 계시고,

내가 침묵하여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주의 모든 현상, 모든 사람, 모든 사건 안에서 그분의 말씀(소리)을 어쩌면 조금씩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

 

이런 마음으로 노래를 지으니 그분이 지은 노래들이 다소 '성가적' 분위기가 났던 거였구나 싶고,

분명히 통전교육을 함께 공부하고 있는데도 성서 묵상을 하는 것 같았구나 싶다.

말도 재미있고, 글자도 재미있고, 공부도 재미있다는 걸 흥미롭게 깨닫고 있는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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