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내가 충실해야 할 덕목은

종이-배 2011. 1. 17. 05:02

멀리 발령받아 떠나시는 본당 신부님의 마지막 송별미사를 봉헌하고 왔다.

평소에 깊은 기도와 묵상으로 이끌어낸 강론 말씀을 해주셨던 신부님이라,

마지막 미사의 강론 역시 무척 기대가 되었다.

사람이 어딘가를 떠나게 될 때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은,

그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축약한 것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가상칠언이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 예수님이 제자들과 헤어짐을 준비하며 하셨던 모든 행위와 말씀 하나하나가

그렇게 마음깊게 와닿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는지.

어쨌든 신부님의 강론 핵심은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

이는 마치 양팔저울에 올려놓은 것처럼 한 쪽으로 기울게 되는데,

영적인 것은 신비롭게도 어느 하나의 덕목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나라는 사람 전체가 거룩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신부님 자신은 '배려'에 충실하고자 했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배려'에는 '분별'이 따라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셨다.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과연 어떤 덕목으로 승부(?)를 걸 것인가 하는 생각에 빠졌다.

내가 잘하는 것, 하느님이 나에게 허락하신 어떤 것, 그게 뭘까.

아이들도 자기가 잘하는 것을 부추겨주고 지원해주면

그게 무엇이든지 아이들의 존재 전반에 자존감을 형성하게 해주는 것처럼,

나도 내가 잘하는 것을 통해 거룩함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부터는 우리 아이들이나, 터전에서 만나는 아이들이나

아이 하나하나가 보이는 각별한 장점만 찾아보려 할 게 아니라,

일단 나 자신이 어떤 길을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을지

나의 길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