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살이/궁시렁궁시렁

살레시오 청소년센터를 다룬 보도를 보고

종이-배 2020. 2. 8. 08:55

2020년 2월 7일(금)


엊그제 모 방송국에서 보도한 [살레시오 청소년센터] 성추행 사건과 폭행 등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청소년교육을 설립 카리스마로 세워진 살레시오회가 그럴리가 있나, 하는 놀람으로 지켜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다.

대부분의 내용이 퇴직한 한 교사(아마도 이 사람이 제보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와 퇴소한 아이의 주장을 근거로 이루어졌다.

야간교사의 성추행 사건을 보면서, 그 교사를 채용하고 믿었던 데 대한 책임은 올곧이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았고, 수도회에서도 그 일을 알게 된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그 교사를 대신해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다른 부분들은 편향적으로 보도된 것 같았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적용하여도, 어떤 의미로, 어떤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맥락을 보아야 한다.

잘못을 저질러서 엄마한테 등짝을 한대 얻어맞은 아이가 울면서 나갔을 때

엉엉 울면서 엄마를 미워하는 아이의 멘트를 따는 것과,

그 아이가 엄마와 평소 맺은 관계 안에서 왜 등짝을 맞게 됐는지를 알고 따는 멘트는 사뭇 다르다.

시설에 대한 보도를 할 때는 적어도 취재진이 그곳의 일상에 깊이 들어와서 그들의 '관계'를 지켜본 뒤에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가끔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학대 사건을 보면서도,

또 '평가인증'을 한다고 하루 온종일 서류 검토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안타까울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나도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들에게 낮잠 잘 때 이불을 던져 줄 때가 있다.

그건 순전히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기 때문이다.

그냥 깔아주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던져주면, 아이들은 온몸을 던져 자기 것을 받아내며 좋아한다.

그런데 아마도 그것이 CCTV상으로 보일 때나, 엄마가 가져다준 이불이 없어서 받지 못한 아이가 있을 때는 그 아이는 한쪽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아이는 어쩌면 집에 가서 "오늘 나만 안 놀아줬어. 그리고 선생님이 애들한테 이불 던졌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엄마는 '교사가 화가 나서 이불을 던졌나? 내 아이만 소외시키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린이집을 열어놓고 부모들이 직접 아이들 등하원을 시키고,

언제든지 원하는 때 일일교사처럼 '아마활동'을 하도록 하지만

실제로 부모들은 아마활동을 부담스러워해서 신청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중요한 것은, 시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시설 밖이 아닌 그 안의 일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교사의 관계를 보고, 그들의 상호작용을 보고, 그들의 일상을 느껴봐야 진실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도는 참 안타깝다.

'시설 종사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여리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수도자들, 마음이 착한 사람들은 더욱더 여리다.

그래서 훨씬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진짜 잘못된 운영을 하고 있는 곳들은 이런 보도를 통해 썩은 데를 도려내야겠으나,

특종 욕심에 편파보도, 왜곡보도를 하게 되면, 그로 인해 받은 선량한 사람들의 상처는 깊고 아플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