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예수님의 돌직구

종이-배 2014. 8. 31. 08:05

O...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마태 16,22)

 

 

오늘 복음 중에서 수난과 부활을 처음 예고하신 뒤 베드로가 했던 말이다.

그 말을 하고 난 뒤, 베드로는 '사탄' 소리까지 들으며 예수님께 크게 혼이 난다.

예전에 새 번역을 쓰기 전에 읽었던 공동번역에서는

"주님, 안 됩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공동번역 성서 말씀에서는

그저 베드로가 예수님을 아끼는 심정에서 했던 다분히 인간적인 걱정이고

예수님을 사랑해서 했던 말인데, 예수님이 참으로 모질게도 야단을 치신다, 생각을 했었다.

예수님도 너무하시지, 당신 걱정을 해서 하는 말에 대해 '사탄'이라느니, '장애물'이라니 하는 단어까지 쓰시면서

꼭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을 하셨어야 했나, 하는 느낌이 컸던 거다.

그런데 새 번역으로 보는 베드로의 말은 어감이 좀 다르다.

뭔가 자기확신이 가득 찬 느낌, 자기주장이 강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이전 구절을 읽으니, 아니나다를까,

베드로는 예수님을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는 고백을 함으로써

너는 행복하다,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하면서 예수님의 칭찬을 잔뜩 받고

그야말로 한껏 '업'되어 있던 거다.

그런 베드로의 태도는 급기야 예수님이 수난과 죽음을 말씀하시자

예수님을 꼭 붙들고 예수님을 반박하기에 이른다.

베드로는 뭐랄까, 예수님을 따라다니기 몇 년, 이제 좀 살만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는데

갑자기 예수님이 초를 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러니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으면서도

그분의 말씀에 '맙소사'라고 반응하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큰소리를 쳤던 게 아니었을까.

 

어쨌든 예수님은 그런 베드로에게

'사탄'이요 '걸림돌'이라는 돌직구를 날리셔서 그의 교만을 한방에 잠재우신다.

예수님의 야단을 맞고 코가 쭉 빠져 있을 베드로,

말을 잘 해서 받은 칭찬을 말로 다 까먹어 버린 불쌍한 베드로,

예수님께 그 야단을 맞고도 며칠 후에는 또다시 다볼산에서 초막 운운하여

"제발 내 아들 말 쫌 들어라!"라고 하느님으로부터 지청구(?)를 듣는 베드로...

예수님은 베드로의 그 단순, 담백한 성격을 좋아하셨기에

그가 교만해지는 것을 더 보고 계실 수가 없으셨으며,

이렇게 된통 혼내심으로써

이제는 '사람의 일' 말고 '하느님의 일'을 더 생각해야 될 때라고

직접 가르쳐주신 것이 아닐까.

 

2014년 8월 31일 연중22주일 복음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