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고통의 매력은

종이-배 2014. 4. 27. 08:55

모든 고통은,

사람을 겸손하게 한다.

내 탓이오,라고 가슴치게 한다.

미안해요, 내 잘못이에요,라고

삼라만상 앞에 무릎꿇게 한다.

돌덩이처럼 딱딱한 마음을 녹여

눈물로 뉘우치게 한다.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은 없는지,

안 해야 했을 일을 한 것은 없는지,

서랍속을 뒤집어 털듯이

내 안을 온통 뒤집어 놓게 한다.

채우려고만 하던 것을 멈추고

있던 것마저 털어 비워준다.

그렇게 삶을,

새로 시작하게 해놓고,

그러고는

지.나.간.다.

 

고통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결국 지나간다는 것...

 

2014년 4월 27일

세월호 침몰. 바닷속에 묻은 아이들에게

나 역시 미안하다, 미안하다 사과하며,

남아 있는 이들을 이렇게 일깨워줘서 고맙다, 고맙다 말하며,

유족들의 아픔에 지나갈 거예요, 지나갈 거예요 라고 위로하며,

이제는, 그들을 나를 깨우는 촛불로 기억하리라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