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네들이 나는 안 된대."
밥을 먹던 서*가 울먹이면서 하는 말이다.
한 책상에 네 명씩 앉는데, 그 상에 함께 앉은 세 아이와 옆의 상에 앉은 아이까지, 네 명이 점심을 먹고 난 다음에 할 놀이에 서*를 끼워주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 딱지치기를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참 신나게 딱지치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밥을 늦게 먹고 온 서*가 "나도 할래." 하고 자리를 잡으니, 하나둘씩 "나 이제 그만할래." 하고는 자리를 떴다. 아이들이 일부러 합심해서 서*를 따돌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서* 입장에서만 보자면 충분히 서운하고 속상했겠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서*가 느낄 속상함을 아이들과 나누고,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중재를 하기는 한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 안에서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아이는 어른들과 맺는 관계도 어렵다는 데 있다. 오늘도 교사들은 울먹이던 서*의 마음을 달래주고, 놀이에 참여하는 수가 정해져 있다거나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 때는 친구를 가려서 놀지는 말자고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평소 서*가 보이는 행동을 보면 '나라도 같이 놀기 싫겠다.'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친구를 따돌리는 것이 좋은 태도는 아니지만, 같이 놀기 싫은 마음도 이해가 될 만큼.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놀이도 잘 하고, 친구들에게 친절하고,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고, 누가 봐도 행복하게 터전 생활을 하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매력적이고 인기가 많다. 반면, 무엇이 그 아이만의 강점인지 잘 보이지 않는 아이는 언제 갈등이 터질지 몰라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분명히 아이들마다 강점은 있다. 그 강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교사들이 그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 친구들보다 더 빠르게 찾아내서 더 살갑게 대해주어야 한다. 사랑받을 만한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눈물을 덜 흘리게 하려면, 함께 사는 어른이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누구나 쉽게 사랑받는 아이가 봄에 피는 꽃이라면, 서*처럼 더 가까이,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하는 아이가 피우는 꽃의 계절은 봄이 아닌 거다. 그렇다고 그 아이를 '늦게 피는 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꽃이 피는 데는 빠르고 늦는 게 없다.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 에너지를 받아 딱 적절한 시기에 피어나는 것뿐. 그저 남들과는 조금 다른 계절에 피어나도록 태어났을 뿐, '늦게' 피는 것은 아닐 테니까. 서*는 어느 계절에 피는 꽃일까. (2020. 5. 19. 화)
'일꾼살이 > 또 다시 일터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달팽이가 남긴 편지 (0) | 2020.07.02 |
---|---|
새소리를 들으면 복을 받으리 (0) | 2020.07.01 |
고집을 부릴 땐, '릴렉~~~스!' (0) | 2020.06.20 |
일으켜 주어야 할 때와 지켜보아야 할 때 (0) | 2020.06.14 |
아이들의 오감(五感)은 완벽하고 훌륭하다 (0) | 2020.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