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일 금
부활절에 선물처럼 찾아온 길냥이 가족이
어젯밤 새끼들을 데리고 이사를 갔다.
발랄이와 오마이갓' 네 마리.
물론 계속 가족으로 키울 마음도 없고
'언젠가는 떠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자고 있는 사이에 집을 비운 걸 보니
얼마나 서운하던지...
딴에는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고
우리집을 안전한 곳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어미가 보기에는 새끼들과 살기에 위험한 곳으로 느꼈나 보다.
지나친 관심이 그네들에게 오히려 해악이 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동안에 정이 많이 들었구나 싶어 두렵기도 하다.
불과 이삼주 같이 지낸 생명들과 헤어지는 데도 이렇게 섭섭하니,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모든 것과의 이별'인 날,
가족도, 자식도, 내가 손때묻히고 쓰던 살림살이들과
평생 같이 지내온 내 육신까지 다 두고 가야하는 그 날이 오면,
얼마나 쓰라리게 아프고 힘들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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