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살이/걸으며 둘레둘레

1. 버드내 성당과 산내묘원

종이-배 2019. 9. 30. 17:26

2019년 8월 28일 수요일


성 아우구스티노 축일이다.

장을 담그려면 '말날'에 담그면 좋고,

이사를 가려면 손 없는 날에 가는 게 좋다지만,

아우구스티노 축일만큼 '회개하기 좋은 날'도 없을 것 같다.

그동안 마음으로만 별러왔던 성지순례를 시작한다.

아직 성인처럼 회개하지는 못했지만, 순례를 하다 보면 사도 바오로처럼

어느 순간 그분 앞에 거꾸러지는 날이 오겠지.


순례의 첫 걸음으로 성인 할아버지 유해가 모셔져 있는 버드내 성당에 갔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유해를 어찌어찌 하여 기증하게 된 성당.

그렇게 결정하기를 천번만번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성당을 찾아갔다.

마침 평일미사가 시작되고 있어서 마치 성지순례 시작 파견미사 같다.

미사가 끝나고 난 뒤 본격적으로 행선지를 고른다.

오랜만에 하는 운전이니 먼 곳으로 갈 수는 없는데, 고민하다가

내비게이션 안내 목적지를 산내묘원으로 찍었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을 떠올리며,

죽은 분들을 잘 찾아다니는 은총을 구하려면 가장 먼저 죽은 이들의 통공을 청해야겠다는 생각.

물론 시복도 시성도 되지 않았지만,

무명의 순교자들처럼 각자 자기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 묻힌 분들일 테니,

여기가 성지 아니면 또 어디가 성지랴.

어머니를 모시고 난 뒤에 혼자 또는 여럿이 가끔씩 오다보니,

이제는 곁에 계신 분들도 모두 살아생전 잘 알았던 분들처럼 친근하다.

아직 어린 나이에 죽은 영혼들 앞에서는 마음이 더 찌르르하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 우리 레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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