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살이/걸으며 둘레둘레

꽃은 사람보다 강하다

종이-배 2020. 3. 1. 11:16

2020년 2월 29일 토


온 나라가, 온 세계가 코로나19.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고,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다.

문설주에 피를 발라 재앙이 지나가게 한 파스카의 밤처럼,

현관문 앞에 팥죽이라도 발라 이 재앙을 피해가고 싶은 심정.

두 발 달린 짐승들인 인간인지라

밖으로 나다니고 싶은 건 본능에 가까운데

발이 묶여 집에만 있자니 환장할 노릇.

게다가 모두들 마스크로 무장하고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이 사실이 된 듯하다.

오랜만에 떨치고 일어나 로사리오 길을 갔다.

땅은 폭신폭신하고

멧비둘기 우는 소리는 여전한 산길.

나무들은 사람들의 이 난리부르쓰를 비웃듯

때가 되니 물이 오르고 꽃을 내민다.

나무가 사람보다 의연하고

꽃이, 잎이 사람보다 강하다.









새로 산 휴대폰 카메라, 화질이 좋아 므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