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11월 26일 토요일/ 첫눈 온 날
첫눈이 소담스레 내린 날.
김장을 하고 온 날이라 나도 사실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나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아 행여 퇴진촉구 집회에 사람이 덜 올까 싶어,
가기 싫어하는 현진이 일으켜 세우고 녹차를 슬슬 꼬드겨서 집회에 다녀왔다.
모인 사람의 규모나 진행이 광화문만은 못할지언정
추워지는 날씨에도 같은 마음으로 나온 시민들이 서로 반갑게 느껴진 날이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떠오르는 옛날의 '데모'를 생각하면
요즘의 집회는 그야말로 평화롭고 신나는 공연 같다.
한참 동안 노래도 함께 부르고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다가 돌아왔다.
함께 외치는 구호는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이지만,
진정 어둠을 이기는 빛을 기다리면서 갈구하는 것은 '진실'이 아닐는지.
어느 한 편의 권력이 또 다른 한 편의 권력을 내치기 위한 도구로 국민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 수많은 국민들, 서민들이 외치는 구호 속에는
'진실'을 찾고 싶다는, '진정성' 있는 리더가 이 나라를 이끌어가기를 바란다는, 그런 갈망이 아닐는지.
이 나라의 '상위 1%'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광화문이든, 전국 어디든 집회현장을 찾을지 궁금했다.
내가 알고 있는 1% 중에서는 직접 광화문에 나갈 만한 사람은 없어 보인다.
광화문에 나가는 사람들은 비록 99%의 '가난한 민중들'이지만,
결국 이들이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이 될 거라 믿는다.
세월호의 죽음, 백남기의 죽음이 진실을 원하는 99%의 민중들을 일으키는 힘이 되었다고 믿는다.
세월호를 기억하며 만들어진 노래가 다시금 가슴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날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