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착한 사마리아 사람, 프란치스코!

종이-배 2014. 8. 19. 06:27

2014년 8월 19일 화요일

 

어제 교황님은 세월호 실종자들에게 한글로 쓰인 위로 편지를 주시고 떠나셨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들어 주님께 맡겨드리며,

편지와 묵주를 전해주라고 하셨단다.

편지를 읽는데 목이 메고 눈물이 핑 돈다.

이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떠나실 때까지

세월호의 아픔과 함께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보면서

그야말로 강도 맞은 이의 이웃이 되어 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말씀을 바꿔 읽어보았다.

...

예수님께서 응답하셨다.

"어떤 사람들이 인천에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돈만 아는 강도들은 침몰하고 있는 배를 보고 그냥 가 버렸다."

그리고 사제도, 레위인도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프란치스코'는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 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제가 돌아올 때에 갚아 드리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

오로지 진상 규명만을 원하면서 수십일 째 단식을 하는 '유민 아빠'를 보고,

'사제도 레위인도'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지만,

여행을 하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그를 보고서는

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돌보아 주었다.

상처받은 사람이 또다시 좌절하지 말라고

'역사적으로 드문 일'인 '단독 세례'를 주시기도 했다.

편지와 묵주를 팽목항 실종자 가족에게 남긴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는 '두 데나리온'일 것이다.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준,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 준, 교황님...

 

그토록 여러 번 듣고 묵상해 온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말씀이

온몸이 찌릿하도록, 이렇게 꼭 맞아떨어질 수가 없다.

교황님은 방한 후 기자회견에서,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가 없었다"면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음을 감안하고도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과 함께 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내 위로의 말이 죽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없지만

희생자 가족을 위로하면서 우리는 연대할 수 있다"고 하셨다.

 

예수님께서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고 하신다.

이 말씀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

오늘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