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안녕히 가세요, 빠빠!

종이-배 2014. 8. 18. 06:30

2014년 8월 18일 월요일 아침

 

이번 연휴는 교황님과 함께 삼박사일 여행을 한 느낌이다.

고마운 인터넷, 고마운 기자들 덕분에

교황님이 가시는 곳을 거의 실시간 눈으로 따라다닐 수 있었고

그분의 강론이나 말씀들을 바로바로 읽어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오랜만에 인터넷의 순기능을 경험하고

중계를 해준 교회방송에 모처럼 고마운 마음을 가져본 기회였던 듯.

어쨌든, 교황님께는 빠듯하고 힘든 일정이셨겠지만

오늘 명동성당 화해와 평화를 위한 미사를 끝으로

이제 다시 바티칸으로 돌아가신다고 하니, 얼마나 아쉬운지.

 

방송에서는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지금 '교황앓이'니, '교황 신드롬'에 빠져 있다는 표현을 하는데,

교황님 덕분에, 이번 삼박사일만큼은 나도, 우리 사회도

참 '착하고 순한 시간'을 살아냈다는 느낌이 든다.

교황님의 강론이나 연설은 미리 준비하고 오신 것이겠기에

한마디 한마디를 주의 깊게, 전문은 물론 행간까지 잘 읽어서 소화해 내야 하는 것이겠지만,

교황님께서 보여주셨던 몸짓들, 표정들, 행동들은

언론에서 짐작해 말하듯 뭔가 계산되고 계획적인 것들이 아닌 것 같고

그저 보여지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아이들을 대하시는 그분의 몸에 밴 표정이나 행동은

아이들은 정말 축복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하고

존중받고 따뜻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몸이 성하든 성하지 않든,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이는 아이라는 존재라는 것 때문에

한없이 안아주어야 하고 따뜻한 입맞춤으로 축복해 주어야 한다는 것...

 

그 외에도....

더욱더 가난해지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기,

교회의 딸,

순교자,

신앙의 유산,

교회개혁,

희망하고 기억하기,

이름이 없어지도록 깨알처럼 낮아지는 겸손,

성모께 의탁,

소통,

영적 세속성,

실천하고 행동하기,

내적 자유,

위로가 필요한 사람,

끊임없는 기도,

시의적절하고 따뜻한 유머 등등

.....

 

새들이 날아가며 떨어뜨린 깃털을 줍듯이

이번에 교황님의 행보를 따라다니면서 주워놓은 단어들이다.

마음의 호주머니에 소중하게 넣고 다니면서

하나씩 하나씩 두고두고 꺼내보고 만져보고 생각해 볼 것들,

교황님이 가시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

작더라도 내 몸으로 꾸준히 실천해 갈 것들...

성령께서 주신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교황님, 이제 저는 또 꿈을 꿉니다.

당신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뵙고 싶다는 꿈이지요.

다음번에 뵐 때는 우리 아이들도 당신 축복의 안수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 꿈이 또 제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합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특히 치유가 많이 필요했던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해 주시고

예수님의 사랑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동으로 북받친 그들의 눈물은

당신께 드린 감사의 선물이요,

그들과 함께 흘린 모두의 눈물은

옥합에 담아 예수님께 바쳐 올린 봉헌의 기도였습니다.

 

빠빠, 안녕히 가세요.

쉴틈없이 짜여진 일정으로 고단하셨던 몸, 푹 쉬시기를

주님 안에서 영육간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백살 할아버지 되시도록

저 자신부터 시작해서 우리 교회가, 이 세상이

좀더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오래오래 우리의 빠빠가 되어 주세요.

당신이 우리에게 부탁하신 대로 날마다날마다 당신을 기억하며 기도할게요.

사랑합니다, 빠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