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내 가족이 이랬구나, 내 삶이 이랬구나

종이-배 2014. 5. 10. 07:02

2014년 5월 10일 토요일

 

다음주에 있을 '스승의 날' 기념 교사 모임에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가족...

가족이 뭔가...

어머니, 남편, 나, 규진, 현진.

이렇게 우리는 다섯명을 한 가족으로 생각한다.

 

"가족은 **이다."라는 네모 속에 낱말 채우기로 정의를 해본다면

어렸을 적에는 막연히 "가족은 핏줄(혈연)이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건 틀린 답.

나와 남편이 핏줄이 아니듯, 우리 가족은 핏줄로 얽힌 관계만큼이나

핏줄로 얽히지 않은 관계도 많다.

 

그러면 "가족은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다."라고 한다면?

이것도 틀린 답.

십오년 넘게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지만

내가 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자신이 없다.

솔직히 어떤 때는 남편도 내가 사랑하고 있는 건지,

자식들도 사랑하고 있는 건지,

나 자신도 사랑하고 있는 건지, 물을 때가 있지 않은가.

 

"가족은 식구다."

이 말은 조금은 맞는 답 같다.

밥을 같이 먹고, 같은 밥을 먹는 사람은 맞다.

내 뱃속에 들어간 거나,

다른 식구들 뱃속에 들어간 것이 얼추 비슷한 경우,

분명히 우리가 내뱉는 공기도 비슷할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내가 먹는 음식이나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다르지 않아서였는지

그때는 훨씬 더 아이들과의 통교가 잘 이루어지는 느낌이었다.

미사 성제도 사실은 '함께 밥 한 번 먹는 것'이 아니던가!

 

여기에 더하여,

예전에 수련장 수녀님이 '공동체'를 설명하실 때면 예를 들곤 하셨던 비유인,

"긴 통나무를 어깨에 함께 지고 가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긴 통나무를 어깨에 지고 나르지만

누군가 힘이 들어 어깨를 살짝 아래로 내려도

통나무는 옮겨지고 있다고,

내가 질 무게를 다른 이들이 더 지고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남들이 힘들 때는 내가 더 지기도 하고

내가 힘들 때는 남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러는 것이 공동체라고 하셨었다.

 

그래, 내게 가족은 그런 것 같다.

"가족은 기꺼이, 밥을 같이 먹으면서 통나무를 함께 나르는 관계다."

누구 하나-대체적으로 그건 엄마나 아빠 중의 하나가 되기 쉽지만-가

온통 그 짐을 지고 가도록 하는 것은 진정한 가족이 아닐 거다.

자의든 타의든, 누구 하나가 희생해서 이루어진 집단은

공동체로서의 가족은 아닌 것 같다.

오늘도 내가 덜 힘들도록 어깻죽지를 더 높여서

통나무를 옮겨주고 있는 우리 식구들...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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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풍선에게 보낼 사진을 고르다 보니,

내게 이런 가족의 역사가 있었구나 싶다.

먼지투성이의 앨범에서 꺼낸 옛 사진들... 기분이 묘하다....

 

1. 첫 가족의 첫 사진

 

2. 첫 가족의 두 번째 가족사진 

 

3. 첫 가족으로부터의 독립, 커다랗고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만났다가 다시 떠남.

 

 

4. 두 번째 가족

 

 

 

 5. 두 번째 가족의 첫 번째 확장

 

 

6. 두 번째 가족의 두 번째 확장

 

 

 

 7. 두 번째 가족의 현재

 

아쉬움...

첫 번째 가족의 세 번째 사진도 있으나 어디에 두었는지 도무지 못 찾겠다.

그리고 내 어머니의 산소 사진도 찾지 못하겠다.

첫 가족이든, 두 번째 가족이든,

먼저 간 어머니든, 요즘 갈 준비를 하시는 어머니든, 누군가의 어머니인 나 자신이든,

모두가 마지막에 가야 할 장소는 그곳일 텐데.ㅜㅜ

 

사진을 쭉 보다 보니, 내가 이렇게 살았구나,

내 가족이 이랬구나, 내 삶이 이랬구나,

지난 오십년이 한눈에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