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살이
주께서 나를 택하여 교회로 부르시오니
종이-배
2014. 4. 19. 23:13
2014년 4월 19일 성야미사 후
내가 얼마나 전례를 좋아하는지.
가톨릭 교회 안에서 태어나
교회 안에서 자라고
아직도 교회 안에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지.
대미사 때면 피어오르는 향 냄새가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하고,
감실 앞의 붉은 성체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얼마나 안온한지.
전례기도문 하나하나의 뜻은 얼마나 감미로우며,
미사곡, 성가곡들은 또 얼마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지!
그 중에서도 성야미사 때면 세례 갱신식 때 항상 부르는,
나는 굳게 믿나이다, 로 시작되는 성가 1번.
어릴 때부터 불러온 '나는 굳이 믿사오리~'가 더 입에 익숙한 성가인데도,
주께서 나를 택하여 교회로 부르시오니~ 하는 대목에서는
해마다 왜 이리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지.
태어난 지 사흘만에 받은 세례이고,
의식을 하든 못하든 어느새 쉰 번 넘게 갱신했을 세례이건만,
부활절마다 이렇게 다시금 끊어버린다, 당신을 믿는다고 고백할 때면
늘 처음 하는 세례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손에 손을 잡고 부른 주님의 기도,
눈물 콧물 범벅이어도 입가에는 웃음이 번지는 평화의 인사를 하면서
오늘도 내가 교회의 사람임에 행복했다.
교회의 사람으로 지금 이 순간 존재할 수 있음이 가슴 터지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