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서 12월호 원고
<카트라이더>
성탄을 앞두고 제게 난감한 일이 생겼습니다.
요즘 아이가 흠뻑 빠져 있는 <카트라이더>라는 만화책에서는
주인공 꼬마가 작은 스포츠카인 ‘카트’를 타고 다니는데,
아이가 성탄에 오실 산타클로스에게 꼭 ‘진짜 카트’를 선물해 달라고
날마다 기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초등학교 갈 때 선물받은 카트를 타고 ‘쌔앵~’ 하고 학교에 가겠다는 아이는
상상만 해도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입니다.
산타클로스는 너에게 필요한 선물을 주신다,
네가 바란다고 뭐든지 다 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선물도 생각해 봐라, 하고 말해 보지만 아이의 마음은 확고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제 얼굴이 걱정스러워 보였는지,
“산타클로스는 내 마음을 잘 아니까 내 소원을 꼭 들어줄 거야.
그러니까 엄마는 걱정하지 마.” 하고 오히려 저를 안심시킵니다.
12월이 되면 ‘아이의 마음을 잘 아는 산타클로스’가 되고 싶어서
여느 때보다 더 주의 깊게 아이를 지켜보곤 했습니다.
아이가 뭘 갖고 싶어하는지 슬쩍 떠보기도 하고,
아이가 무슨 말을 많이 하는지, 무슨 책을 즐겨 읽는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내는지 아이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곤 했지요.
이렇게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를 사랑스레 지켜보는 시간,
아이에게 필요한 선물을 몰래 준비하는 시간은
제게 성탄을 준비하는 특별한 즐거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원했던 선물을 받는 기쁨만 알지, 어떤 선물을 줄까 하고 준비하는
산타클로스의 즐거움까지는 알지 못하겠지요.
일 년 내내 제 곁에서 저를 지켜보시며 제 마음을 읽으시고,
그때그때 꼭 필요한 선물들을 준비하시는 하느님의 기쁨을 제가 알지 못하는 것처럼요.
곧 성탄입니다. 늦기 전에 저도 아이 옆에 앉아 산타클로스이신 그분께 기도하렵니다.
내년에 제게 주실 선물이 비록 제가 청하는 ‘카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이 저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당신의 가장 좋은 선물임을 믿을 수 있는 은총을 달라고요.
가끔은 ‘상처와 아픔’으로 포장되어 있겠지만,
그 안에는 어김없이 당신 사랑의 선물이 담겨 있음을 잊지 않는 한 해가 되게 해달라고요.